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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푸드의 여정 | 2023년 07월 18
정직함을 먹고 자란 시금치

작물은 물과 햇빛 그리고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먹고, 그 마음의 모양새를 따라 자라기 마련이에요. 그 어떤 것 보다도 ‘정직함’으로 키웠다는 시금치는 농부의 심성을 그대로 닮아, 곧음과 탄탄함이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드넓은 녹색 우주를 보는 듯한 영험함이 느껴지던 시금치 농장에 다녀왔어요. 플랜틀리의 시금치를 키우는 농장이자 곧고 탄탄한 시금치처럼 올곧은 심성의 시금치 농장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Q. 안녕하세요. 농장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희 농장 이름은 [쁄라와 코람데오] 예요. 다소 종교적인 이름이긴 한데,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회복하고 번영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그 이름처럼 정직하게 채소를 키우겠다는 신념을 늘 상기하려고 붙인 이름이에요.




Q. 농장을 시작하신 시기와 계기가 궁금해요.

농사짓기 전에 남편이 직장도 다녔고, 조그만 마트도 운영했는데 장사가 잘 되기는 했지만 정직하게만 운영해서는 돈을 벌기 어려운 점이 있더라고요. 우리 부부 스스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의논하다가 농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은퇴하고 농사를 시작하시는 분들보다는 조금 일찍 농사를 시작한 편이라, 올해로 벌써 11년이 넘었네요. 



Q. 이 지역에서, 다른 작물이 아닌 ‘시금치’ 농사를 짓게 되신 이유가 있나요?

친정, 시댁 모두 여기 부여에 있어요. 예전부터 이곳이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라 자연스럽게 부여에서 농사를 짓게 됐어요. 다른 작물이 아니라 시금치인 이유는 나물로도 먹고, 김밥에도 들어가고, 잡채에도 들어가고. 사계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먹거리잖아요. 그래서 시금치를 기르게 됐어요.




“정직하게 시금치를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단순한 철학”




Q. 시금치가 자라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시금치는 품종이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빨리 자라는 조생종, 천천히 자라는 만생종으로 나뉠 수 있어요. 시금치는 저온성 식물이기 때문에 둘 다 15도 이하의 서늘한 환경에서 키워줘야 해요.


빠르게 자라는 조생종은 30일이면 다 자라요. 날씬하고 길쭉해서 김밥에 들어가는 시금치로 많이 쓰이는 것이 조생종 시금치예요. 4월 말~5월 초에 씨를 뿌려 6월 중순에 수확하죠. 천천히 자라는 만생종은 추운 겨울 동안 황태처럼 찬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단맛이 응축되어 맛이 더 달고 좋아요. 9월부터 파종을 시작해서 50~60일이 지나고 수확을 시작해요.


플랜틀리가 구매하는 시금치는 만생종으로 3월에 수확해요. 이때 시금치가 조직이 단단하고 가장 맛이 달고 좋아요. 시금치는 25cm 정도가 가장 알맞은 크기인데, 저희가 쓰는 품종은 올스타라는 품종으로 크기가 너무 크지 않고 딱 알맞게 자라요. 이 품종이 잎도 부드럽고 맛있어요. 가장 맛있는 품종으로 가장 맛있는 시기에 수확되는 시금치를 플랜틀리에서 가져가시는 거죠. (웃음)




Q. 시금치를 재배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궁금해요. 

아무래도 벌레랑 풀을 가장 신경 써요. 날이 따뜻해지면 당연히 벌레가 생기기 마련인데, 시금치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저온성 작물이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고 파종을 해요. 그리고 10월부터 수확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때 흰나비가 알을 낳는 시기라 청벌레가 많이 생겨요. 그래서 10월에 청벌레를 소탕하는데 가장 많이 신경을 쓰죠. 우리 농장은 친환경 재배를 하기 때문에 농약을 쓰지 않고 할미꽃 뿌리에서 나오는 식물 추출물이나 메주에 들어있는 균을 이용한 미생물제제를 써서 벌레를 잡아요.


더 날이 추워지면 벌레들이 자연스럽게 얼어 죽기 때문에 미생물제제를 전혀 쓰지 않고도 시금치를 키울 수 있고요. 또 제초제를 안 쓰기 때문에 잡초도 신경 써요. 우리 하우스 옆으로 보면 풀들이 자라 있는 게 보이실 거에요. 이게 제초제를 안 쓰기 때문에 자라는 풀이에요. 친환경 농가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죠. 저희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메고 있어요.




Q. 일반 농법과 친환경 농법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친환경 인증 농산물은 무농약 농산물과 유기농 농산물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저희 농장은 그중에서도 무농약 농산물에 속하는데, 무농약 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 (일반적인 화학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30% 이하로 사용하도록 되어있어요. 대신 식물 추출물이나 메주에 들어있는 균을 이용한 미생물제제를 써서 벌레를 없애죠. 그리고 출하하기 일주일 전에 잔류 농약 검사를 통과해야만 친환경 농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Q. 생산자로서의 사장님만의 생산 철학이 궁금해요. 

먹거리로 장난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직하게 시금치를 기르는 것이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가장 가까운 소비자로서 좋은 시금치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잎이 통통하고 납작한 시금치가 좋은 시금치예요. 잎 색은 진한 녹색일수록 좋고, 뿌리가 빨갛고 두꺼워서 줄기 부분이 곧게 뻗어 있어야 좋은 시금치예요. 그리고 우리 농장처럼 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시금치일수록 구멍도 있고 흠이 있어요. 너무 깨끗한 시금치는 오히려 약을 쳤기 때문에 깨끗해 보이지만 사실 건강하지 않죠. 저라면 조금 흠이 있는 시금치를 고를 것 같아요.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사장님만의 시금치를 드시는 방법이 있나요? 

시금치를 나물로 드실 때 보통 소금으로 간해서 참기름에 버무려 먹잖아요. 혹은 된장을 쓰기도 하고요. 이건 저희 친정어머니가 해주던 방식인데, 시금치를 고추장, 설탕에 버무려서 고추장 시금치나물로 먹어요. 이게 참 별미죠. 가끔 우리는 농사짓다가 시금치 뿌리를 가끔 먹는데 배추 뿌리처럼 달기도 해요. 그래서 시금치를 배추처럼 겉절이로 먹어도 맛있어요.



Q. 농장 운영자로서 향후 이루고 싶은 계획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65세가 되면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지금보다 더 규모를 줄일 생각이에요. 살려고 농사짓지 돈 벌려고 농사짓는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돈을 좇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려요. 저희는 삶의 질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주말에는 일을 쉬어요. 일 할 때는 최선을 다해서 집중해서 일하고요. 일을 안 하는 시간에는 이웃 어르신들께 봉사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어요.